호야의 목공생활

11.목수취미 : 취미목공

Hoyaho 2020. 9. 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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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포스팅에서 목수라는 직업에 흥미를 갖고

나무를 다루는 기술을 통해서 어떻게 먹고살지 고뇌했던 무수한 시간과

그 속에서 실행하고 경험했던 혹은 계획했던 일들을 적어왔다.

결과적으로 현재 나는 목공과는 전혀 동떨어진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내가 목수라는 진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조언을 한답시고

이 글을 쓰는 게 신뢰도가 있을지 고민이 깊었다.

그래도 이왕 써진 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목공 생활 마지막 글은 이제 취미로 남은 목공 작업이다.

비용과 규모면에서 구입할 수 없는 장비들을 제외하고 현재 내가 갖고 있는

도구는 수공구가 전부이다.

 

대패, 끌, 등대기 톱, 클램프 정도.

그래도 이 정도면 작게나마 집에서 아주 작은 취미 목공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아니 시작해 볼 수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취미 목공을 시작하기에 앞서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정이 아닐까 싶다.

목재나 장비를 둬야 하기 때문에 공간도 넓어야 하고 소음과 먼지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두 문제도 해결 가능한

장소여야 한다. 대부분 취미 목공을 즐기는 분들은 근처 공방에서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작업장을 이용하던가

몇몇 도구와 장비를 구입해 차고나 베란다에서 자신만의 작은 공방을 마련한다.

 

장소를 마련했으면 다음 단계는 목재를 구하는 것이다.

공방을 빌린 경우가 아니면 무턱대고 나무를 사서 목재를 재단하는 것에서부터 막히게 될 것이다.

소프트 우드 같이 재단된 목재를 사더라도 테이블쏘가 없이 원하는 규격으로 나무를 잘라내기도 힘들다.

그러나 요즘같이 서비스업이 발달한 세상에서 나무를 잘라주는 업체가 없을까?

인터넷에 찾아보면 얼마든지 원하는 크기로 나무를 재단해 배송해주는 업체가 널렸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근처 공방에서 쓰고 남은 자투리 나무를 구해와 작업을 해보기도 했는데

자투리다 보니 원하는 사이즈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한데 조건이 걸려있다 보니 되려 창의성을 발휘해

작품을 만들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 소개할 내 작품이 남은 자투리로 만들어낸 경우이다.

장소와 나무가 준비되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장비이다.

나는 남은 나무로 결합부분만 파내는 간단한 디자인에 침대 협탁을 만드려고 했으니 필요한 도구여봤자

톱과 끌, 고정할 클램프가 전부였다.

 

 

상판과 하판, 그리고 기둥 네 개.

기둥에 숫장부를 파주고 상판에 암장부를 만들어 껴준다.

정말 단순한 결구법으로 진행했는데도 장부가 부러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목공은 익숙해지는 동안 겪게 되는 좌절의 순간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결코 인내심없이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아니다.

 

결구와 짜맞춤이 기본인데도 배운 것을 하나도 써먹지 않고 간단히, 빠르고 하려다 보니

일이 더 어려워졌다.

인대도 가져야 되고 결코 능률과 효율을 따라서도 안 되는 것이 목공이다.

 

여차저차 완성된 침대 협탁이다.

보기에 정말 볼품없지만 누구에 도움도 없이 만들어낸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나에게 정말 큰 의의가 있었다.

이렇게 작은 도구로 시작해서 조금씩 장비를 늘려가고, 작은 실패들이 쌓여서 디자인이나 퀄리티 면에서도

개선을 해나가는 것이 취미 목공에 재미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목수가 되고 싶다고 손에 톱을 들지는 모르겠다.

그런 날이 오지 않는대도 취미 목공을 통해 하나하나 나의 작품을 늘려 가볼까 한다.

언젠가 더 정밀한 작업 과정과 함께 취미 목공을 하는 포스팅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당분간 호야의 목공 생활을 닫아두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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