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
모처럼 공연장에 티켓을 구매해서 연주를 들으러 갔다고
생각해보자.
두 시간여의 연주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격정적으로 몰아치는
음악만 연속해서 이어져 나온다면 과연 만족스러운 클래식
감상 시간이 됬을까?
그렇다면 클래식보다는 록 페스티벌이 어울릴 것 같다.
* Chopin: Piano Concerto No.1 in E minor, Op.11 - 2. Romance (Larghetto)
- 연주 : 피아노 백건우,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모든 클래식곡에는 반드시 '쉬어가는' 타임, '울고 가는'시간, '노래하는' 악장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 두 번째 아니면 세 번째 악장이 그러한데 10일 차 음악 감상은 바로 쉬어가는 타임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1번 2악장이다.
저번 감상글에서 클래식을 배경음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쉬어가는 2악장들이야 말로 딱 맞아떨어지는 구간일 것이다.
공부할 때, 태교 할 때 등등 클래식이 집중력 향상에 그렇게 좋다는데 실생활에서
점점 가까이하면 매사에 집중력이 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쇼팽의 협주곡을 백건우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들었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멜로디가 계속 이어졌는데 운전을 하면서 듣다 보니 뭘 들었는지 기억이 남지를 않았다.
일상 bgm으로도 최적이고 멍해짐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아쉬운 생각에
저녁을 먹고 이번엔 음악에만 집중하며 재감상을 시도했다.
건반의 움직임이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듯한 이미지를 주는 곡이었다.
잔잔한 호수 같다가도 쿵쿵 울리며 올라가는 구간이 있었는데 그때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비트가 빠르고 강한 노래에 익숙해진 현대인으로써 어쩔 수 없나 보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락이나 힙합 페스티벌이 더 즐겁지만 점차 조용한 클래식 공연장이 좋아질 날이 오지 않을까?
Day 11.
역대급 더위를 예고한다더니 더위는 제대로 된 더위는 구경도 못하고 벌써 가을이
찾아온 듯한 날씨다.
오늘 들은 음악은 '가을에 어울리는'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는 브람스의 곡이다.
* Brahms : Clarinet Quintet in B minor, Op.115
- 연주 : 클라리넷 리차드 스톨츠만(Richard Stoltzman) 아르티스 현악4중주단(Artis Quartet)
커넥터가 브람스에 대한 짤막한 설명을 해주셔서 옮겨 적어 보았다.
브람스가 한참 활동하던 시절의 음악계는 마치 정치판처럼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있었다.
형식 파괴를 추구하는 바그너, 리스트 같은 진보주의자들과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같은 보수주의자들의
대립이 상당했다고 한다. 브람스는 그중에서 대표적인 비난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새로운 혁신은 없고 전통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허나 그것이 사실일까? 브람스는 구조를 깨거나 확장하는 대신 내면의 감정과 표현의 폭을 깊이 더 깊이
파고들었다고 생각된다. 평생 동안 스승의 아내 클라라 슈만과 자녀들을 돌보면서도 그녀와 결혼하지
않았던 그의 현실이나, 그토록 자신을 공격하는 바그너의 작품을 공식적으로 한 번도 비난한 적이 없는
그의 성품과 일맥상통하기도 하다고 느껴진다.
80년대 신파극 감성에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를 연주한 사람은
현존하는 가장 저명한 클라리네티스 리처드 스톨츠만이라고 한다.
음악을 듣고 난 한 줄 감상평은 '그냥 좋았다.'
'좋다'말고 딱히 뭘 더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좋아서 한 번 더 들었다.
한 번은 그냥 들으면서 음정이 빨라질 때 지휘자처럼 같이 손을 흔들며 듣기도 했고
두 번째 들을 때는 영상도 간간히 보며 음악가의 표정을 보기도 하고 분주히 움직이는 손을 따라가면서
감상하기도 했다.
녹음실에서 연주한 음악도 좋지만 공연장 녹화도 생생한 현장의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간혹 들리는 관객의 기침소리가 같은 공연장에 있는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였다.
이러고 보니 직접 가서 보고 듣는 공연장이 더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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