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
8일 차 감상하게 된 곡은 바그너에 파르지팔 서곡이다.
서곡(overture)으로 이름 붙은 작품은 크게 둘로 나뉜다고 한다.
첫 번째는 실제 오페라나 발레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전체 내용을 요약해주는 음악이다.
두 번째는 독립적이고 짤막하게 작곡된 관현악 음악에
여러 장면을 가미하여 서곡으라 붙여놓은 '연주회용 '서곡'이다.
파르지팔 서곡은 전자에 속하는데, 특별한 점이 있다면 바그너는
본인의 작품 [파르지팔]을 오페라로 분류한 게 아니라 '음악극'으로 칭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작품을 보다 종합예술의 관점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 Richard Wagner's PARSIFAL : Vorspiel (overture/prelude)
- 연주 : 지휘 유리 시모노프(Yuri Simonov),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Philharmonia Orchestra)
서곡은 영화의 예고편, 트레일러처럼 길지 않은 연주시간 동안 여러 장면과 감정의 변화들을 보여준다.
때로는 대서사의 가장 웅장한 장면을 압축적으로 그려내기도 한다. 그 덕에 우리는 거대하고 무거운 작품을
좀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서곡은 관현악과 친숙해질 수 있는 좋은 연결다리이기도 하다.
이상 윗글의 설명은 커넥터에 코멘트였고 나의 실질적인 감상평은 이러하다.
'음악을 듣는내내 영화 '반지의 제왕'이 생각났다.'
음악을 먼저 듣고 위에 적은 커넥터의 음악설명을 읽어봤는데 내가 떠올린 장면에 수긍이 갔다.
영화의 예고편, 트레일러, 대서시의 순간.
반지의 제왕은 지금도 손꼽히는 판타지 영화로 광활한 자연부터 거대한 성곽까지 웅장한 스케일로
사랑받은 작품이다. 음악의 흐름이 바뀔때마다 머릿속에서 끝없이 펼쳐진 대지를 말을 타고 달리는 주인공들이 떠오르곤 했다. 나는 분명히 차를 타고 도로에 갇혀있었는데도 말이다. 생생한 음악이 생생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하고 나니앞으로 VR이 대세라고 하는데 시각효과 만큼 음향효과가 가상세계를 체험하는데 더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관현악의 전율을 느끼기 위해 반지의 제왕 ost를 들으면서 잠을 청해야겠다.
Day 9.
오늘 감상한 곡은 드뷔시의 녹턴이다.
작곡가 이름부터 곡까지 멋있다. '드뷔시'의 '녹턴'.
녹턴이란 야상곡이라는 뜻으로 밤에서 영감을 받거나 밤의 성질을 띄는 악곡의 장르이다.
역사적으로 18세기, 저녁 파티에 주로 연주되던 곡을 이른다고 한다.
* Claude Debussy : Nocturnes
- 연주 : 프랑스 방송교향악단(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지휘 미코 프랭크(Mikko Franck)
드뷔시는 오감을 동원해 음악을 '그림화' 시키려고 도전한 돌연변이 작곡가라고 한다.
드뷔시는 우리에게 친숙한 미술가들 모네, 르누아르 등과 19세기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곡가이다.
처음부터 음악을 그림으로 표상화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고 평범하게 독일 낭만주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음악가였는데
주변의 예술가들(인상주의 화가와 시인들)의 영향을 받아 직관적으로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을 추구하게 되었고
그 결과 탄생한 곡이 녹턴이다.
'녹턴' 혹은 '3개의 녹턴 곡집'은 3개의 악장으로 구분되어있다.
각각 구름, 축제, 세이렌(시레느)라고 불리는데 실제 미국 출신 화가 제임스 맥네일 휘스터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고 한다. 중간중간 삽입한 그림이 그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앞의 2악장은 그냥 '좋네' 하고 들은 수준이었지만 3장 세이렌에서는 여성 성악가들에 아리아가 더해진다.
세이렌은 바다에서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해 빠뜨려 죽이는 신화 속 존재인데
음악을 듣고 있자니 정말 홀리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제임스 맥네일에 그림까지 보고 있자면 그대로 그림 속 바다로 빠져드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음악을 '그림화' 시켰다는 표현이 적절하게 느껴졌다.
만약 내가 드뷔시 展을 열게 된다면 방 한 칸에 음악과 그림을 걸어두고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방 전체를 바닷속처럼
비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줘서 시각, 청각, 공간감까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
낮에 감상했으니 '녹턴'답게 해가 저물고 다시 한번 감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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