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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의 음악생활

마음을 기록하는 30일 음악일기 : Day 1 ~ 3

by Hoyaho 2020.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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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업계의 동향을 주시하던 어느 날.

서울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목표 달성인증모임이라는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다.

 

동네 이야기하기, 그림책 명상, 10분 아침 일기, 콘텐츠 제작, 

음악일기,컬러링 테라피 등 다양한 주제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매일 작은 목표를 달성하고 인증하는 온라인 모임이었다.

 

프로그램 자체도 유익한데 인증 목표를 달성하면 상품까지

준다니 도전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어려워 냉큼 신청하였다.

 

다양한 주제 중에서 나는 평소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클래식을 접하고자 

음악 감상 인증 모임에 신청서를 넣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선착순에 뽑혀 9월 1일부터 목표 달성 모임을 시작

하게 되었다.

 

모임 방식은 매일 커넥터라고 불리는 클래식 전문가께서 하나의 음악링크를 전달해주시고, 감상한 뒤

자유롭게 감상평을 적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딱히 분량과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오늘 음악은 참 좋았다.' 이렇게 써도 되려나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공부하고자 도전한 것이니 최대한 상세히 나의 감상평을 적어보았다.

좋은 음악과 감상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자 블로그에도 내용을 옮겨보고자 한다.

 

Day1.

https://youtu.be/sbOwhF1hFcg

J.S. Bach, Goldberg Variations BWV 988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 : 안드라스 쉬프

 

30일의 첫 시작을 알리는 음악은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사람도 들어봤을 만한 바흐에 음악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첫 음악 감상을 시작해보려고 했지만 시작부터 분량에 놀라버렸다. 
길어봤자 30분을 안 넘기겠지 예상하고 있었는데 1시간이 넘는 분량의 음악은 나를 경악케 했다.

언제 다 듣지라는 생각에 힐링이 번거로운 숙제가 돼버리면 어쩌나 걱정하던 찰나,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다 들으라고 한 사람도 없고 24시간 중에 틈틈이 들으면 되지라는 생각에 잠들기 전 음악 재생 버튼을 눌렀다. 
처음 시작은 잔잔한 반주로 시작되었다. 듣고 있다가 금방 잠이 들겠구나 하고 눈을 감고 있는데 어느 순간 피아니스트에 손이 분주해지는 게 귀로 느껴졌다.  

 

 

머릿속에서 꼬마 발레리나가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톰과 제리에서 추격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빈틈없는 건반 소리를 듣다 보니 어느 순간 잠이 확 달아났지만 일어나지 않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느새 피아노 소리는 조금씩 느려지고 잔잔한 반주가 흐르듯이 이어진다. 그렇게 어느덧 잠이 들어버렸다. 

음악을 듣는 순간은 별생각 없이 좋았는데 막상 감상을 적으려고 하니 음악에 문외한이라 어떻게 감상을 표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단순히 반주가 빠르다 느리다만 이야기하다 정해놓은 한 달이 지나갈까 스스로 한심해지기도 했다. 
나의 첫 클래식 감상 도전은 힐링과 여유보다는 걱정과 긴장이 앞서는 시간이었다.

 

Day2.

https://youtu.be/-QQOc2NGe-0

Fritz Kreisler "Liebesleid und Liebesfreud"  (사랑의 슬픔 그리고 사랑의 기쁨)
- 연주 : 바이올린 슐로모 민츠(Shlomo Mintz) 지휘 주빈 메타(Zubin Mehta)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Liebesleid und Liebesfreud

 

어디선가 바이올린 소리가 사람의 음색과 가장 비슷한 악기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음악을 선정해주시는 커넥터에 사전 설명 덕분인지 처음 도입 부분이 여성에 슬픈 울음소리같이 들려왔다. 이어지는 전주는 구슬픈 애원 같다가 이내 담담해지는 체념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악기에서 사람에 감정이 느껴진다는 게 참 신기했다.

 

첫 파트에 해당하는 사랑의 슬픔이 끝나고 사랑의 기쁨이 시작되자 어? 이 노래는? 하고 뇌가 먼저 반응했다.

30일 동안 아는 클래식 한 두 개 정도는 나오겠지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틀 만에 익숙한 음악이 나오다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익숙한 음악은 어느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연회장 문이 열리고 주인공이 걸어 들어와 잔을 부딪히며 담소를 나누고 춤을 추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오르게 했다.

이런 것을 명상을 한다고 해야 할지 현실도피를 한다고 해야 하는지 정확히 표현할 단어가 잘 떠오르지는 않았다.

단순히 듣고 감상을 적는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음악평론가가 위대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Day3.

https://youtu.be/0CCxMeQOcKY

 Marin Marais - Pieces de Viole du Second Livre 

연주 : 비올 조르디 사발(Jordi Savall) 외 

퇴근길에 자차를 이용한다. 막힐 경우 보통 1시간이 걸려서 3일 차 음악을 들으면서 가면 딱이겠구나 하고 차에 올라타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세상의 모든 아침'이라는 영화에 배경음악으로 원전연주(옛날 형태로 복원 제작한 악기로 당시의 방식처럼 연주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여기서 사용된 악기는 '비올라 다 감바'라는 첼로의 전신쯤 되는 악기이다.

 

옛날 악기답게 처음 시작은 신전에서 배경으로 울려 퍼질 것 같은 신선한 느낌이었다. 
이후 이어진 한 시간에 연주는 지루한 공백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히 음악은 끊이지 않고 나오는데 중간중간 여백이 있는 느낌. 왠지 퇴근길에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랑 딱 어울리는 분위기에 음악 같았다.

집에 가는 것만이 목표일 뿐, 길에서 쓸데없이 버리고 있는 허무한 과정 같은 그런 느낌. 

 

음악을 조금 더 이해하고자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을 검색해서 대충 읽어보았다. 

주인공이 평생을 함께한 부인을 잃고 절망감을 나타낸 부분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허무함을 느꼈던 부분이 혹시 같은 

구간일까 싶다. 그 정도로 내가 퇴근길을 절망적으로 생각하고 있나 웃기기도 했다.

 

가요는 보통 4분여의 시간 동안 가사를 통해 분명히 주제를 드러내는데 클래식은 무려 1시간의 연주임에도 해설 없이는 작곡가가 무슨 감정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들으면 들을수록 클래식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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