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6년 시급 6,500원에 주 6일, 5시간 근무가 내 채용조건이었다.
당시 기본 시급이 6,030원이었다니 무려 470원이나 더 받는 고급인력.... 하하.
대학을 마치고 나름 이름 있는 회사에서 인턴생활까지 마치고 나서 취직은 안 하고 월 80만 원을 벌면서 막노동을 하겠다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속이 뒤집어지셨을 것이다.
그래도 그때 저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면 아직도 한으로 남았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그 시절의 후회는 추호도 없다.
다루는 원목이 소프트 우드이냐, 하드 우드이냐에 따라 공방의 성격이 나뉜다.
두 원목의 차이는 이름 그대로 강도의 차이이다.
소프트 우드는 강도가 약해 가공이 쉽다. 대표적인 나무는 소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종류이다.
하드 우드는 강도가 강하기 때문에 가공이 어렵다. 그만큼 튼튼하기 때문에 고급가구일 경우 모두 하드우드로 제작된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대표적인 나무 종류로는 오크, 애쉬, 고무나무 등이 있다.
당연히 가격차이는 하드> 소프트이다. 하드우드의 원목 가격이 더 비싸고 가공이 어려운 만큼 인건비가 더 들기 때문이다.
내가 일했던 가구 공방은 소프트우드를 이용하여 가구를 제작하는 목공방이었다.
목공방을 차릴 때 원목의 선택이 운영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자재와 인건비를 따져보고 얼마나 수익을 남길 수 있을지 정해야 하며 또 동네에 소비성향을 파악하여 자재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주 업무는 사장님이 테이블쏘로 1차 가공한 원목을 다듬고 칠하는 역할이었다.
단순 반복 작업이기 때문에 다소 잔심부름 같이 보일 수 있는데 가구의 질을 결정하는 건 칠하고 다듬고 깎는 마감과정이라는 것을 나무를 다루기 위해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름있는 공방에 취업한 신입들은 1년 정도를 마감작업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본격적으로 나무를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한다.
많은 가구를 제작하면서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은 아래 사진에 오븐 렉이다.
사장님이 정기적으로 오븐렉을 납품하고 계셨기 때문에 일주일의 80% 정도를 저 녀석을 만들었던 것 같다.
큰 비중만큼 공방의 대부분 매출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때 사장님이 결국 이 직업도 영업이 중요하다고 하셨던 게 생각이 난다.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가구 주문에만 매출을 기대고 있으면 공방을 지키고 앉아있는 게 얼마나 피가 마를지 상상이 안 간다.
위의 동영상처럼 사포 기계를 이용해 넥의 들어가는 모든 구성품의 모서리를 깎아낸다.
그리고 스펀지에 페인트를 발라 도색!
소프트우드와 하드우드에 또 다른 차이점이 여기에도 있다. 소프트우드는 페인트를 칠해서 원하는 색상을 만들어내기가 용이한데 하드우드는 원자재 가격 자체가 높기 때문에 거기에다 페인트칠을 하면 바보짓이다.
보통 오일만을 칠해서 원목 본연의 색을 살린다. 그래서 최초의 원하는 색상을 설정해 원목을 골라야 한다.
내가 일하던 공방에서는 레드우드(소나무)만을 사용했고 고객의 니즈에 따라 아주 알록달록 색깔을 입혀드렸었다.
물론 그 임무는 나의 것!
매일 먼지 가루를 마시며 더우면 더운 데로 추우면 추운 데로 일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내 손을 통해서
하나의 작품이 나온다는 것은 매일매일이 희열이었다.
날이 갈수록 다룰 수 있는 장비가 하나 둘 늘어갔고 일이 익숙해지자 또 욕심이 생겼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지만 이런 경우는 좋은 욕심이었다.
하드우드를 다루고 싶다는 욕심과 디자인에 대한 열망이 생겨난 것이다.
사장님이 만드신 가구들을 보면서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된 가구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커졌다.
그래서 목공 학원과 클래스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 결정과 경험담은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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